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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 옹호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박힌 사고가 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불과 몇 십 년 만에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상급 학교 진학조차 어려웠던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더 나아가 각종 고시 등에서 내세울 만한 성적을 거두고도 있다. 지금은 당연한 일들도 과거에는 쟁취코자 싸워야 했던 적이 있었다. 원래 선구자는 외로운 법이다. 각종 편견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끌어안아야만 했던 그들의 노고가 새삼스레 고맙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많고도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있는데, 이번에 언급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이하 울스턴크래프트)라는 이에 대해서는 사실 많이들 알지 못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1700년대 태생으로, 페미니즘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치도 않았을 시기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성주의적 사고를 볼 수 있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예속’이 탄생한 게 1869년의 일이니, 울스턴크래프트의 사고는 상당히 급진적이었다는 평이 가능하다. 그녀의 삶에 대해 좀더 살펴본다면 놀랄만한 요소를 한 가지 더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짧은 그의 생애가 바로 그것이다. 1759년 태어나 1797년 산욕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녀는 사망했다. 그 때의 나이가 불과 서른여덟. 불혹에까지도 이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여성에게는 기본적인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시기, 그 짧은 생애동안 다수의 저서를 남겼고 다채로운 사회활동을 벌였다는 사실에 입이 쩍 벌어졌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그녀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메리 셸리의 어머니이자 아나키즘의 선구자인 윌리엄 고드윈의 아내이기도 했단 점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는 그런 그녀가 32세 되던 해에 쓴 작품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불과 6주 만에 완성했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사실 여부는 모르겠으나 충분한 탈고의 시간을 갖지 못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녀 스스로도 시간이 좀더 있었더라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이 책에 담긴 사고는 당대에는 보편적이지 않은 무언가였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나 루소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한 부분이었다. 루소가 누구인가. 대표적인 계몽주의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그는 ‘에밀’을 통해 근대적인 교육철학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울스턴크래프트에게 있어 루소의 주장은 지독히도 남성 편향적이었다. 어느 부분에서도 여성을 중심에 둔 문장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여성의 능력과 가치를 애써 깎아내리는 듯한 부분도 다수 존재했다.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로서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었다.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녀들이 가정 내에서 생활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을 수준이면 족했다. 거기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남성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더해지면 금상첨화. 시대를 앞섰다는 루소조차도 여성에 대해서만큼은 전통적인 시선을 고수한 것이다. 태초부터 열등하게 빚어진 여성이기에 제 열등한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야만 한다는 식의 시선을 울스턴크래프트는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그녀는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졌고, 여기에 기초해서 주장을 전개해나갔다. 동년배와의 교류가 그녀들의 세계를 넓혀줄 것이다! 오로지 조신할 것을 강조 받던 시절이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체육활동에까지 참여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왜 그녀들을 ‘여성’이라는 울타리에 가두어가면서까지 능력 발휘를 못 하게 만든단 말인가. 태생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돌하게 ‘그럼 한 번 교육을 시켜볼 것’을 주문한다.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이 열등하지 않음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열등하단 소리만을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그녀는 알았던 듯하다. 남녀평등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를 보다 고결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그녀는 분명히 말했다. 남성들에게 광범위한 권리와 함께 지나친 의무도 부여했고, 여성들에게는 그에 따른 희생을 강요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는 쉽게 이해가능하다. 평등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행복을 촉진하는 지름길이다. 과거에 비하면 많은 부분 차별이 완화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완전한 평등이 쟁취된 듯도 보이는 상황이다 보니 여성해방이나 남녀평등을 말하는 게 자칫하면 이기주의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역차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는 와중에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가부장적 사고가 살포시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평등하고 자유로운가를 물어보자. 아직도 찾지 못한 그래서 아무도 누리고 있지 못한 권리들이 참으로 많다. 변화한 듯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게 바로 세상임을 떠올리며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움직임을 지속해야 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소명일 것이다.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와 혁명의 시대를 맞아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분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이성을 가진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고 주장한 계몽사상가들조차 여성은 남성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당대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표적인 계몽사상가 루소는 우리 남성들을 기쁘게 하고 우리에게 유익한 존재가 되는 것 이 여성의 의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의 어미니’로 불리는 영국의 급진적 사상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이러한 모순에 반기를 들고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적 존재이며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근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이다.

들어가는 말

제1장 인류의 권리와 연관된 의무들을 고찰함
제2장 성별 특성에 대한 지배적인 견해를 논함
제5장 여성을 경멸에 가까운 동정의 대상으로 만든 몇몇 저자들에 대한 비평
제6장 유년기의 연상 작용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
제9장 사회 안에 굳어진 부자연스러운 구분들로부터 생겨나는 치명적 영향
제12장 국민 교육
제13장 여성의 무지에서 비롯된 몇 가지 어리석은 예들―여성 습속의 혁명이 자연스럽게 야기할 것으로 기대되는 도덕적 진보에 관한 최종적 고찰과 더불어

해제-‘페티코트를 입은 하이에나’에서 ‘근대 페미니즘의 어머니’로 | 문수현
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생애
2.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활동가로서의 면모
3. 계몽사상에 맞선 계몽사상가 울스턴크래프트
(1) 계몽사상의 한계와 여성의 권리 옹호
(2) 여성의 권리 옹호 의 내용
(3) 계몽사상가들에 맞선 계몽사상가 울스턴크래프트
(4)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옮긴이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