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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버드


붉은가슴도요는 23.5cm의 작은 새다. 시베리아 북부, 북미 북부, 그린란드에서 번식하고, 서유럽,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미에서 월동한다. 6아종으로 분류하지만 아종 간의 구별은 어렵다. 과학자들은 6아종이 모두 한 종에서 왔다고 본다. 원래 북극점 근처에 살았던 종이 기후가 추워지면서 더 따뜻한 곳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 뒤 수천 년이 흐르면서 새들은 서로 다른 여섯 이동 경로로 갈라졌고, 결국 영원히 나뉜 아종으로 분리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로게르시 rogersi, 피에르스마이 piersmai 2종이 관찰되었다. 6아종 중 루파 rufa만이 멸종될 염려가 될 만큼 개체수가 급감했다. 주인공 B95는 ‘루파’ 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종이다. 루파는 개똥지빠귀만 한 섭금류(다리, 목, 부리가 모두 길어서 물속에 있는 물고기나 벌레 따위를 잡아먹는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유선형 날개는 팔꿈치에서 뒤로 꺾여 있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날렵한 몸으로 해마다 지구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왕복 29,000km를 오간다. 한반도의 길이가 약 1천km이니 29번을 종단하는 거리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슈퍼 버드’이지만 그들 역시 강철로 만들어지지는 않은 탓에 지구를 종단하는 중간 중간에 지친 몸을 추스르고 주린 배를 채울 ‘기착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기착지의 생태가 교란되면서 루파들은 불과 십여 년 사이에 멸종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B95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과학자들에게는 널리 알져진 ‘슈퍼 스타’다. B95는 왼발에 동여맨 오렌지색 플랙에 새겨진 문자와 숫자 조합에서 나왔다. B95는 부리가 길고 가슴이 탄탄한 완벽한 몸매의 수컷이다. 113g의 가볍고 작은 몸으로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반쯤 돌아오는 거리를 날았다고 하여 ‘문버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처음 포획되었던 1995년에 약 15만 마리로 추정되던 루파들은 2000년 무렵부터 수천 마리씩 죽어 가기 시작해 2012년 무렵엔 2만 5,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문버드의 생애 중에 동료의 80퍼센트 이상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B95는 20년 넘게 살아가고 있다. 번역자에 따르면 2015년 3월에도 문버드가 발견되었다고 하니 발에 플랙을 달고도 20년 동안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B95는 출발 며칠 전까지 몸을 채우는 데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노선을 바꾼다. 이제 B95는 좀 더 부드러운 먹이를 좀 더 조금 먹는다. 비행하는 동안 필요하지 않은 내장 기관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간과 장이 쪼그라들고 다리 근육도 줄어든다. 딱딱한 먹이를 갈아서 소화를 돕는 모래주머니는 크기가 거의 절반으로 준다. 그러니 B95가 연료를 보충하려고 중간에 멈췄을 때는 부드러운 먹이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모두 마치면 B95의 몸무게는 30퍼센트 가까이 준 상태이다. 이제 B95의 몸은 짐스러운 것이고는 1그램도 없이 오직 연료로만 채워져 있다. B95는 두툼해진 가슴팍을 뽐낸다. 그 속에는 두툼해진 비행 근육에게 피를 더 많이 펌프질하기 위해서 예전보다 한결 커진 심장이 담겨 있다. 가슴 근육 힘줄은 동물계를 통틀어 가장 강한 조직에 해당될 정도로 튼튼해진 상태이다. (45-46쪽) B95는 날 때가 되면 비행 기계로 변신하고, 부드러운 먹이를 먹어야 할 때는 다시 몸을 바꾸며, 번식할 때가 되면 또다시 바꾼다. 그뿐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비행깃을 완전히 갈고, 두 번씩 깃털 색깔을 바꾼다. 번식하기 위해 14,000km를 날아갔다가 그만한 거리를 돌아온다. 살아가기 위해 몸을 몇 번씩 바꾸고 어마어마한 거리를 나는 문버드. 놀라운 생명이다. 실상 지구에서 살아가는 종들은 모두 나름대로 생존 전략을 몸에 새기는 데 성공한 생명들이다. 그러니 생명마다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신비가 담겨 있다. 그러한 생명체가 인간에 의해 멸종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우리 자신에게도 멸종의 위협을 고스란히 되돌려줄 수도 있는 어리석음의 결과이다. 인간의 생활을 돕고,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며, 신비하고 아름다운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늦추면 안 된다.
위대한 생존자 B95의 끝나지 않은 비행
멸종을 막을 ‘마지막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슴 벅찬 논픽션

B95. 과학자들은 이 새를 ‘문버드’라고 부른다. 겨우 100그램 남짓한 이 새가 놀랍도록 오래 살아남아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반쯤 돌아올 만큼’ 먼 거리를 비행했기 때문이다. 매년 2월이면 B95는 동료들과 함께 남아메리카의 끝 티에라델푸에고에서 캐나다 북극권으로 날아가 번식한 뒤 늦여름에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B95가 속한 붉은가슴도요 루파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루파들이 기나긴 비행 중간에 쉬었다 가는 기착지가 인간의 활동으로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B95의 생애 동안 루파의 개체수는 무려 80퍼센트나 줄었다.

이제 문버드는 스무 살이 되었고, 여전히 하늘을 날고 있다. 과학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묻는다. 어떻게 이 새는 이토록 오랫동안 머나먼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을까? 돌아오는 새해에도 문버드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서문...9

1장 슈퍼버드...19
2장 비행 기계...41
3장 델라웨어 만에서 최후의 결전...61
4장 몰아서 잡기...83
5장 북극 번식지...101
6장 밍간, 전조를 엿보는 장소...115
7장 남쪽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다...133
8장 멸종은 돌이킬 수 없다...151

인물 소개
클라이브 민턴...38 / 파트리시아 곤살레스...58 / 브라이언 해링턴 79
/ 어맨다 데이...112 / 가이 모리슨과 켄 로스...130 / 마이크 허드슨...165

부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169
자료 출처에 관한 설명...177
참고 자료...185
감사의 말...191
추천의 말_윤신영(「과학동아」 편집장)...195
그림 출처...199
찾아보기...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