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와 랄랄라 라틴아메리카
공작새처럼 화려했지만 잔인하게 해체되어버린 잉카 문명의 고향, 라틴 아메리카에는 이제 더 이상 순수한 원주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의 이름으로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유럽인들의 손길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고유 문화도, 종교도, 언어도 다 잃어버려야만 했다. 20세기 혁명의 아이콘이었던 체 게바라는 바로 이곳 라틴 아메리카에서 태어났다. 비록 그가 태어난 아르헨티나는 잉카 제국의 변방에 불과했지만.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훗날 체 게바라(Che Guevara)라고 불린, 에르네스토 라파엘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 1928~1967)는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그가 고등학생이 될 무렵 아버지의 잇단 사업실패와 부모의 불화로 진로를 고민하다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평범한 백인 의사로서의 삶을 누렸을 그가 혁명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바로 여행이었다. 고타마 싯타르타(Gautama Siddhartha)가 카필라 성(城)을 나섰다가 출가(出家)의 결심을 하여 결국 붓다(Buddha, 佛陀)가 된 것처럼. 평생 친구인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라틴아메리카 오토바이 일주는 예비의사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가 혁명전사 체 게바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훗날 영화로 옮겨진 그의 저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일정을 따라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의 순으로 체 게바라의 여행기와 해당 국가들의 현재 모습을 다룬 1부 ‘라틴아메리카는 하나다’와 병든 사회를 고치는 의사가 되어 생애 끝까지 투쟁했던 혁명전사 체 게바라의 모습을 그린 2부 ‘라틴아메리카 병사의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 모터사이클 여행을 통해 현실에 대한 눈을 뜬 체 게바라는 고민에 빠졌다. “병든 사람은 의사가 고치지. 그러면 병든 사회는? 의사로 살면 편히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병든 사회에서 혼자 누리는 안락한 삶이 과연 옳은 삶일까? 그것은 병든 사회가 주는 특권에 만족하는 삶, 그래서 오히려 사회의 병을 더 깊게 하는 삶이 아닐까1)” 그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도착한 과테말라에서 체 게바라는 선거에 의해 성립된 과테말라 정부가 혁명적 개혁조치에 반발한 미국의 개입으로 붕괴되는 것을 보았다. 평화적 선거에 의한 개혁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무장투쟁을 통한 혁명이었다. 과테말라 정부의 붕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망명한 멕시코에서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1926~ ) 형제와 만나 쿠바 혁명에 참여하면서 그의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처음 쿠바로 향할 때 82명이었던 동지는 상륙과정에서 바티스타 정부의 공격으로 겨우 12명만 남았고, 혁명과정에서의 발휘된 그의 능력은 그를 쿠바 정부의 2인자로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체 게바라는 자신이 속한 계급의 적이 된 셈이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쿠바를 떠났다. 성급하게 뛰어들었던 콩고 내전의 실패를 곱씹으며 볼리비아로 향한 체 게바라는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지휘권만 요구하는 볼리비아 공산당, 비협조적인 볼리비아 농민, 사이가 좋지 않은 게릴라 대원이라는 악조건 속에 고군분부(孤軍奮鬪)를 하였지만 결국 고립되어 총살되어 그 파란만장한 삶을 마쳤다. 단순히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잡고 그 나라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불쏘시개로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내던졌던 체 게바라가 쿠바에 남았다면 쿠바의 민중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이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그가 어쩌면 그가 영원한 혁명의 아이콘으로 남아있는 것은 혁명의 후방에서 권력을 누리기 보다는 전방에서 투쟁하다가 덧없이 가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 최광렬, <체 게바라와 랄랄라 라틴아메리카>, (열다, 2012), p. 89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이지만, 라틴아메리카는 결코 우리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온갖 식재료들의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아름다운 라틴아메리카의 자연환경과 원주민의 생활상, 추리 소설, 영화 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가 어떤 곳인지를 보고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체 게바라와 함께 라틴아메리카 여행을 떠날 거예요. 체 게바라가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모든 것, 그가 겪은 체험이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거랍니다. 여행 이야기에 녹아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 지리, 사회 정보 들이 나라별로 〈정보 돋보기〉 코너에서 흥미롭게 정리되어 있어요. 이야기와 폭넓은 정보가 어우러진 체 게바라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를 만나 볼까요?
라틴아메리카 지도
체 게바라의 라틴아메리카 여행
1장 라틴아메리카는 하나다
프롤로그 나는 체 게바라
아르헨티나 일기 1 여행의 시작
아르헨티나 일기 2 사랑과 이별
아르헨티나 일기 3 나는 자유롭고
칠레 일기 1 친절한 칠레
칠레 일기 2 안녕 포데로사
칠레 일기 3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곳
정보 돋보기 이민자의 나라 아르헨티나
정보 돋보기 남미의 풍요 칠레
페루 일기 1 안데스를 만나다
페루 일기 2 잠자는 돌은 언제 깨어나는가
페루 일기 3 하나 된 라틴아메리카를 꿈꾸며
정보 돋보기 안데스 문명의 중심 페루
콜롬비아 일기 1 물을 따라가다
콜롬비아 일기 2 산을 넘지 못하는 공기
베네수엘라 일기 1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베네수엘라 일기 2 다정한 길동무
정보 돋보기 다양함이 넘치는 콜롬비아
정보 돋보기 볼리바르의 나라 베네수엘라
2장 라틴아메리카 병사의 탄생
과테말라 일기 1 다시 여행을 떠나다
과테말라 일기 2 쓰린 마음을 안고
멕시코 일기 1 다시 만난 친구들
멕시코 일기 2 뒤늦은 신혼여행
멕시코 일기 3 어두운 바다를 헤치고
정보 돋보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나라 과테말라
정보 돋보기 총천연색이 어우러진 나라 멕시코
쿠바 일기 1 혁명의 시작
쿠바 일기 2 아바나에 입성하다
쿠바 일기 3 새로운 나라의 탄생
정보 돋보기 카리브 해의 태양 쿠바
볼리비아 일기 1 쓰라린 실패를 맛보다
볼리비아 일기 2 여행의 끝에서
정보 돋보기 조금씩 더 앞으로 볼리비아
에필로그 그렇게 삶은 계속되는 것
라틴아메리카 주요 인물
연표로 보는 라틴아메리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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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